모두를 위한 건강한 건축, ATEC건축사사무소 김희옥
김희옥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5년 김상길 대표와 함께 ATEC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그간 무수한 건축설계 작업과 현상설계, 표창, 출강 이력을 갖추고 있는 그녀는 5기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도 몸담고 있으며, 미래의 건축 설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개소 이래로 25년간 한결같이 ‘건강한 건축’을 지향해온 김희옥 대표에게 건축계에서 당면한 현안 과제들과 그녀의 관점을 물어보았고, 그녀가 바라보는 한국 건축계의 흐름과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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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ATEC건축사사무소 개소 이래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있다. ATEC건축사사무소는 어떤 곳인가?
A. 우리 회사는 항상 ‘건강한 건축’을 지향하는 사무실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인, 허가를 얻는데에만 집중하지 않았고, 지극히 개발자만 생각하게 되는 상업적인 건축에서도 오히려 사용자를 위한 건축, 사회에 대한 배려를 담은 건축 설계를 제안하고 이를 위해 건축주를 설득해왔다. 또, 우리 회사는 현상설계에 많이 참여하는데, 공공건축의 역할에 대해 설계과정에서 많이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다. 또 회사의 대표로서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에게 자율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자율적인 환경에서 건강한 건축을 위한 아이디어가 생겨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누군가가 “ATEC은 어떤 회사야?”라고 묻는다면, “일하기 좋은 곳이야”, 혹은 “일하는 즐거움이 있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사무실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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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공건축 프로젝트들을 많이 맡아왔다. 건축의 공공성에 관한 김희옥 대표만의 철학을 듣고싶다.
A. 최근에는 사회 어느 분야에서든지 공공성이 가장 주요한 이슈인 것 같다. 물론, 건축에 있어서 공공성은 배제할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다. 개인주택 한 채라고 해서 혼자 존재할 수는 없고, 모든 건축물들은 공공과 도시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국가건축위원회에서 “공공건축이란 어떤 것인가”를 주제로 1분짜리 영상을 녹화한 적이 있다. 나는 “공공건축이란 자주 가고 싶은 친구의 집”이라 표현했다. 흔히 공공건축 하면 행정, 서류 떼는 관공서를 떠올리며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지금은 공공건축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고 본다. 우리 사무실도 바로 옆에 주민센터가 있는데, 단순히 행정업무처리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이곳은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도 마시고 책도 읽는 북카페, 동네 사랑방처럼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주민들을 위한 건강프로그램이나 취미활동을 위한 공간이라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때문에 나는 공공건축은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친구, 혹은 친구의 집처럼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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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축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에게 건축이란 다소 거리감이 있을 것도 같다. 이런 관점에 대해 건축가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건축 설계에 있어서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필수적인 부분이다. 때문에 설계에 임하며 ‘내가 고령자의 입장이라면’, 혹은 ‘장애인의 입장이라면’을 늘 고민한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사용자의 특성, 운영자의 동선 등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복지 센터를 설계할 때 장애인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 없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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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한국 건축계의 화두를 꼽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 건축의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A. 앞서 언급한 건축의 공공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축 설계 외에도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대두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1인 가구, 핵가족이 증가하면서 세대 수는 늘어났지만 실제 가족이라는 구성은 거의 없어져 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이외에 공동체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공동주택, 아파트를 설계할 때도 단순한 주거의 유닛에 초점을 맞추는게 아닌, 커뮤니티시설에 집중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주거의 형태, 나아가 도시의 역할과 기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래 주택과 도시는 에너지 문제나 자율주행, 카 셰어링 등 우리의 생활과 도시의 레이아웃에 직간접적으로 굉장히 많은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 건축가들은 건축과 도시에 이런 변화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 연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윤석남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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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건축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선배로서, 요즘의 후배 여성 건축가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점도 많을 것 같다.
A. 나는 1988년부터 설계사무소에 다니면서 일을 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것이 있다면, 실제로 열정 있고 의욕 있는 여성 건축가들이 결혼 후 커리어를 이어가거나 발전시키는데 제약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도 그렇겠지만, 건축 설계는 특히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 결혼, 육아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만두고 다시 복귀하기가 힘들다. 여성 건축가들, 나아가 여성 근로자들을 위해 사회적인 제도가 재정비되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 때에도 건축계 상황은 열악했다. 사회적인 인식도,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도 미흡했고, 모두 열악한 조건에서 일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할지라도 체감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때문에 선배된 입장으로서 젊은 친구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그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도 우리의 임무라 생각한다. 요즘은 실력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참 많더라. 그들이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오는 데 도움이 되고자 앞으로도 제도적인 측면의 개선이나 여러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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